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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커버스토리]거만한 와인? 만만한 와인!

윤 중 2008. 11. 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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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거만한 와인? 만만한 와인!

기사입력 2008-10-24 03:09 |최종수정2008-10-24 07:20 기사원문보기


[동아일보]

달달한 화이트-쌉쌀한 레드 ‘친해지기’

이마트 서울 용산역점은 이달 초 ‘프리미엄 와인 대전’을 열었다. 800여 종의 와인 10만 병을 정상 가격보다 30∼80% 할인된 값에 파는 행사였다.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4일간의 행사기간 중 2억8000만 원어치(하루 평균 7000만 원)를 팔았다. 하루 평균 900만 원 정도인 이 점포의 평상시 매출과 비교하면 8배에 가까운 실적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와인 매출액은 530억 원이나 됐다.

이 행사에선 5000원 미만의 값싼 와인뿐 아니라 미국 고급와인 ‘오퍼스 원(정상가 50만 원)’과 칠레 ‘알마 비바 매그넘 사이즈’(1.5L·30만 원) 등 유명 와인들이 한정 수량으로 6만 원에 선보였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와인들을 발 빠르게 챙겨갔지만, 정작 와인 초보자들은 도대체 어떤 와인을 골라 마시면 좋을지 난감해했다.

와인을 막연히 어렵게 느끼는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 구매 가이드를 소개한다.

○ 와인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할 포도 품종들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우선 각 와인의 재료인 대표 포도 품종을 익히는 것이 좋다. 와인은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기 때문이다.

대표 포도 품종은 레드와인용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누아, 시라(시라즈), 진판델 등을 꼽을 수 있고 화이트와인으로는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 등이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타닌(포도의 씨 등에 들어있는 페놀 성분) 함량이 많고 신맛이 강한 데 반해 메를로는 부드러운 맛을 낸다. 또 카베르네 소비뇽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 등에서 난다면 피노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품종으로 섬세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그런데 포도 품종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 와인에서는 라벨을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와인 종주 대륙인 유럽에선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드는 와인이 많은 데다, ‘소비자가 우리 와인에 대해 이 정도는 미리 공부하고 마셔야…’라는 와인 제조회사들의 약간은 ‘거만한’ 태도 때문에 라벨에 품종을 밝히지 않는 때가 많다.

와인업계에서는 유럽을 구대륙, 유럽 이외의 지역(아시아 제외)을 신대륙으로 구분하는데 미국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생산되는 이른바 ‘신대륙 와인’들은 라벨에 친절하게 품종을 표시한다. 품질 대비 가격도 구대륙 와인보다 싸 와인 초보자들은 3만 원대 미만의 신대륙 와인으로 다양한 포도 품종을 익히는 것이 좋다.

김준철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은 와인 초보자들에게 달콤한 화이트와인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와인에 익숙해진 뒤에 단맛이 없는 드라이와인과 무게감이 있는 레드와인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포도 품종별로는 ‘피노누아→메를로→카베르네 소비뇽’ 등 갈수록 맛이 강하고 진해지는 단계를 추천한다.

와인전문 교육기관들은 기초과정 일반인 수강생들에게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하게 한다. ‘와인나라 아카데미’는 레드와인으로 ‘홉노브 쉬라즈’(프랑스)와 ‘카르멘 리저브 메를로’(칠레), 화이트와인은 ‘닥터 루센 리슬링’(독일)과 ‘켄들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미국) 등을 사용한다. 영국계 와인 교육기관 ‘WSET 코리아’는 ‘조제프 드루앵 보졸레 빌라주’(프랑스)와 ‘킴 크로퍼드 말버러 소비뇽 블랑’(뉴질랜드) 등을 시음시킨다.

○“와인은 공부하며 마셔야…”

손진호 중앙대 산업교육원 교수는 각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중간 가격의 와인을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너무 싼 와인은 넓은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져 지역의 특색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추천하는 ‘국가대표 와인’은 프랑스 ‘모에 샹동 브루트 임페리얼’, 이탈리아 ‘피오 체사레 가비’, 스페인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 미국 ‘로버트 몬다비 나파밸리 퓌메 블랑’ 등이다.

이들 와인을 마셔봤다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같은 품종의 와인을 비교해 마셔보도록 한다. 샤르도네 품종이라면 프랑스 샤블리 지방의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와 칠레의 ‘몬테스 알파 샤르도네’를, 피노누아 품종이라면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루이자도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미국 ‘엘크 코브 피노누아’를 비교해 음미하는 식이다.

은대환 서울 리츠칼튼호텔 소믈리에는 같은 국가라도 전통 와인과 현대적 와인을 비교할 것을 권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전통적 와인 생산회사인 루피노사(社)의 ‘두칼레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와 역사가 짧은 ‘카스텔로 반피 키안티 클라시코’를 비교 시음하라는 것이다.

은 소믈리에는 “우선 한국에서 잘 팔리는 와인을 마셔봐야 와인에 관한 대화에 끼기 쉽다”며 칠레의 ‘몬테스 알파’, 미국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프랑스 ‘모에 샹동 샴페인’, 미국 와인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 로버트 몬다비의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등을 초보자들에게 추천했다. 이들에 익숙해지고 나면 스페인의 고품격 포도원인 ‘캄포 비에호’와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 등의 와인들로 영역을 넓히면 된다.

○와인 초보자가 알아야 할 와인 기본 상식

세계 최대 와인 수출국인 프랑스에선 일반 와인과 원산지 명칭통제(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고급와인을 따로 분류한다.

국가가 좋은 포도 산지를 정해 그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 이외에는 지역 호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전체 생산 와인 중 상위 35% 정도가 AOC와인으로 와인 초보자라도 얼추 품질을 믿고 살 수 있는 셈이다. ‘A’와 ‘C’ 사이에 원산지를 표기하기 때문에 보르도 와인이라면 라벨에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라고 적힌다.

프랑스의 특급 와인인 ‘그랑 크뤼 클라세’는 1855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시작된 와인등급 체계로 다섯 등급이 있다. 최상급인 1등급은 ‘샤토 오브리옹’ 등 5개뿐이며 한국인에게 익숙한 ‘샤토 탈보’는 4등급, ‘샤토 카망사크’는 5등급이다.

와인 초급자 수준을 넘어섰다면 세계적 명품 와인을 만드는 포도원에서 작황이 좋지 않아 그랑 크뤼급 와인을 만들기 어려울 때 만드는 ‘세컨드 와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때로는 ‘퍼스트 와인’의 10분의 1 값에 유명 와인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랑 크뤼 1등급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은 ‘르 프티 무통 드 무통 로칠드’다.

최근 서울 롯데호텔에 문을 연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선보이는 희귀한 부티크 와인(소량 생산되는 고품종 와인)들도 추천할 만하다. ‘전설의 100대 와인’이란 책은 주로 세계적 고가(高價) 와인들을 소개하지만 ‘샤토 드 피바르농’ 등 10만∼20만 원대의 ‘숨은 진주’ 같은 와인들도 알려준다.

신대륙 와인의 대표 주자인 미국은 와인 역사가 짧지만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1976년 프랑스와 미국 와인 비교 시음회에서 쟁쟁한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좋은 평가를 얻어 명성을 널리 알렸다. ‘오퍼스 원’은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이다.

나라마다 특히 뛰어난 포도 품종도 있다. 독일 ‘리슬링’, 아르헨티나 ‘말벡’, 칠레 ‘카르메네르’, 이탈리아 ‘아마로네’ 등이 유명하다.

○와인에 대한 진실과 오해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 전문점의 단골 고객이 되면 와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전에 마신 와인에 대한 품평을 직원에게 알려주면 새로운 와인을 추천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초보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소개한다.

▽와인은 비쌀수록 좋다?=“비싼 와인은 역사적 배경이나 명성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름 값’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즐겨라.”(엄경자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육류엔 레드 와인, 생선엔 화이트 와인?=“바싹 구운 너비아니에는 메를로 레드 와인이 어울리지만 야채와 국물이 많은 불고기 요리에는 리슬링 화이트 와인이 오히려 잘 맞는다.”(와인투자 컨설팅회사 ‘비노킴즈’의 조정용 대표)

▽디캔팅(와인을 유리병에 담아 산화시키는 작업)은 모든 와인에?=“무거운 맛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힘이 넘치기 때문에 디캔팅하는 게 좋지만 섬세한 피노누아나 샤르도네는 디캔팅을 안 하거나 짧게 하는 것이 좋다.”(‘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

▽무조건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이 좋다?=“싼 화이트 와인일수록 최근 생산된 신선한 ‘젊은 와인’을 마셔야 한다. 우량한 와인 수입회사일수록 와인 보관 상태를 믿을 수 있다.”(와인전문출판사 ‘알단테북스’의 김혜주 대표)

▽와인 보관과 마실 때 온도는?=“전용 셀러(저장고)가 없다면 지하실 신발장 다용도실 등 직사광선을 피해 12∼16도에서 뉘어 보관하고, 마실 땐 레드는 14∼18도, 화이트는 6∼13도로 맞춘다. 화이트 와인은 마시기 30분 전 버킷 안에 얼음 반, 물 반을 넣어 담가 두면 시원해진다.”(금양인터내셔널 김상미 씨)

▽마시다 남은 와인은?=“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3일 정도는 맛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가급적 일찍 마시는 게 좋다. 냉장고에 두면 맛과 향이 나빠진다.”(김새길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알면 알수록 오묘한 와인의 세계. 와인은 정성을 들이는 만큼 자신의 매력을 슬쩍 슬쩍 보여주는 깍쟁이 애인 같다.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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