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집/먹거리

[스크랩] <장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바다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정모후기? 전 그냥...>

윤 중 2009. 1. 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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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산을 넘지 못하고

태평양과 제주 해협을 숨 가쁘게 달려온 용맹(勇猛)한 바다가,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다도해(多島海)의 절경(絶景)에

취하여 넋을 놓고 있다가, 그림처럼 펼쳐진 득량만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르니, 그 파도에 실려 온 해풍(海風)이

기치창검(旗幟槍劍)을 세워놓은 듯, 병풍처럼 높게 솟구친 천관산 산줄기에 부딪히고, 탐진강을 따라 흘러 내려온

물줄기와 어울려 맺힌 정기가 이윽고 구름이 되고 이슬이 됩니다. 바람은 산을 넘지 못하는데, 그 바람은 물을 얻었으니,

예로부터 이르기를, 이곳이야 말로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 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천장비지(天藏秘地)라, 그

신묘(神妙)함을 어찌 필설(筆舌)로 다 할 수 있으리오

 

#조선팔도의 장원

땅은 기름지고, 갯벌은 비옥하니, 우리 옛날 옛적 토종 쌀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대미(古代米)가 이곳에서만

보존 재배되고, 산록의 그늘진 곳에 표고는 옹골차게 여물고, 키조개는 달고 찰 집니다. 비료 포대 하나, 농약 봉투 하나

범접치 못하는 신령스러운 땅 이곳, 그러니 이 장흥벌의 풀을 뜯어 먹고 자란 한우의 맛이 어찌 예사로울 수 있겠습니까?

장흥의 한우가 조선팔도(朝鮮八道)의 장원(壯元)을 차지한 것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또 설을 쇠면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요, 응당 그러한 것이 그러해야 하듯이, 조금도 이상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땅, 어머니의 바다

바다처럼 펼쳐진 장흥 평야, 어머니의 품같은 아늑한 곳에 사람들은 순박하고 인정이 많아, 남도의 가락은 끝이 없고 정은

햇살같은 스펙트럼으로 넘치는데, 심으면 유기농이요, 거두면 무공해라, 흙으로 그릇을 빚으면 조선 백자가 되니, 예로부터

남도의 가마는 모두 이곳에 몰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이뿐이리오. 감태와 매생이는 청정해역에서만 나는

겨울바다의 별미인데, 그중에서도 장흥 앞 득량 바다의 것을 전국 최고로 알아주는 특산품이고, 염산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산 그대로의 김, 오리지날 바다의 선물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내는, 축복받은 어머니의 땅과 바다입니다

 

#한우의 으뜸

진짜 맛있는 한우, 극고극상(極高極上)의 한우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실핏줄 같은 유백색의 미세한 지방이 섬세한 선홍빛

근육과 씨줄과 날줄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얽히고, 거미줄처럼 켜켜이 설켜있어, 가을철 신새벽 고운 단풍잎에 서리가 내린

습. 그 맛이 마치 첫사랑처럼 감미롭고,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최상급의 - 그러나 극소수의 -

특급 마블링을 가진 명품한우에게만 상강육(霜降肉)이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으뜸되는

수좌(首座)의 중심에 바로 장.흥.한.우.가 있습니다

 

#장흥삼합(長興三合) - 임금님의 수랏상

장흥의 한우는 워낙 조직과 육질이 부드러워, 씹으면 씹을수록 탱글탱글한 살결의 세밀한 고랑을 따라 육즙이 퍼지며

고소한 맛이 입속에 맴돕니다. 표고의 새하얀 속살이 더해지니 피톤치트의 솔향기가 그윽하고, 여기에 키조개를 곁들이면

바다의 내음이 입속에 가득하여, 마치 해금의 선율과도 같은 기이(奇異)한 맛의 조화와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세포 하나

하나를 곤두서게 하고, 등짝에 내리 친 죽비 소리처럼 잠들었던 오감(五感)을 일깨우니 아, 구름 위에 노니는 듯

운상선계(雲上仙界)가 따로 없습니다. 이들은 모두 옛날 나랏님께 올린 진상품이라... 장흥의 삼합이야 말로 산과, 땅과,

바다의 진미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 천하의 일품요리입니다. 아, 우리 오늘 임금님의 수랏상을 받는구나!

 

#호모 로스트맨스

코가하루까: (윤중님을 바라보며) “고기 때깔 한번 곱네. 형님, 이걸 어떻게 굽죠?”

윤중: “불판을 좀 달군 다음, 고기를 판 위에 얹고 육즙이 배어나올락 말락 할 때쯤 되면 딱 한번 뒤집어라. 그리구 고기

         옆면의 붉은 색깔이 채 가시기 전에 먹으면 된다”

제이씨: “고기는 좀 구워져야 되는 거 아닙니까? 마치 토스트 빛깔처럼”

구이맨: (전문가 다운 멘트로) “그러면 뻑뻑해서 맛 없어요. 고기 맛 버려요. 쇠고기는 요. 촉촉하고 말캉말캉할 때

            먹는겁니다. 제가 누굽니까? 이래 뵈도 제 아이디가 ‘구이맨’ 아닙니까? ‘고기 굽는데 도가 튼 사람’ 뭐 이런 뜻이

            지요. 학명(學名)으로는 ‘호모 로스트 맨스(homo roast mans)’라고 한답니다. 헛헛, 자, 시간 아까버요.

            구읍시다, 구워”

에이프릴: (매우 놀라운 듯 구이맨님을 바라보며) “도가 터요? 학명까지? 그럼, 구이맨님은 도사님?”

피노키오훈: (약간 꼬운듯한 눈초리로) “흥, 누가 ‘구워맨’ 아니랄까봐. 에이프릴님, 그래봤자 고기굽는 집 사장되겠지요.”

윤중: “아, 아, 그만. 그만. 고기는 말이야, 천하 없는 고기라도 한번 씩 뒤집을 때 마다 일뿔뿔이 일뿔로, 일뿔이 일로,

          일이 이로, 이가 삼으로 강등 되는 거야”

에이프릴 친구: (호기심 눈빛을 반짝이며) “일뿔 어쩌고 암호같은 말이 무슨 뜻이죠?”

웨이렉: “그건요, 쇠고기에 다섯 등급이 있는데 최상급인 1++부터 1+, 1, 2 그리고 최하가 3등급이지요. 그런데 1++

             고기를 매우 구으면 3등급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 즉 제대로 먹을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뭐 이런 뜻이지요 흐흐”

 

#키가 커서 키조개?

에이프릴: “키조개는 왜 키조개라구 하나요? 조개가 키가 커서?”

구이맨: (두 손으로 공중에 뭔가를 그리는 시늉을 하며) “키라 하는 건 농가에서 쌀에서 티를 골라낼 때 볏짚으로

            조개껍질 모양으로 만들어서 흔들던 겁니다. 얼라들이 이불에 지도 그리면 이걸 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 얻어

            오라구 했던거예요”

에이프릴: (매우 감탄하였다는 듯) “키 모양으로 생겨서 키조개라, 키조개에 그러한 깊은 뜻이 있었군요, 역시 구이맨님은

               도사님처럼 박학다식하셔, 게다가 미남이시구...” (하며 은근짜한 눈초리로 구이맨님을 흘깃 쳐다본다)

웨이렉: “키조개를 한자로 패주(貝柱)라 하는데 관자라고도 하죠. 일본말로는 가이바시라 라고 하는데, 일식집에서

             스끼다시로 나옵니다. 왜놈들이 이거에 환장하지요”

윤중: “키조개는 매 구우면 안 돼. 원래 이거 회로 먹어도 맛있고 샤부샤부로도 먹거든, 베이지색 빛깔이 약간 허옇게

          익어서 눅눅해 질 때 먹어야 ‘제가 득량바다에서 왔수다’하고 실토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야”

 

#삼합은 축구다

하루가제: (집게로 고기를 들면서) “그렇다면 이걸 철판에 어떻게 레이 아웃 해야 하나요?”

윤중: “레이 아웃? 문자 쓰시누만. 삼합은 축구랑 똑같어, (허공에다 젓가락으로 그라운드를 그리더니) 3.4.3. 작전이야.

          각자 익는 속도가 다르거든. 쇠고기는 미드필더로 가운데에, 키조개는 살집이 두터우니 후방에 든든하게, 표고는

          말이야, 가볍고 날렵하니까 최전방에 전진 속공으로 배치하도록. 그리구 키조개 불알같이 똘맹똘맹한 얘들은

          말이야, 빈 틈새에 살짝 찔러 넣고, 쇠 불알처럼 축 늘어진 요놈들은 말이지, 목도리로 감싸듯 테두리에 둘러

          놓으면 돼. 그런데 케바랑 울틀화가 안 왔구만, 왔으면 누구보다 잘 먹을 놈들인데...”

제이씨: “으음 그렇군요. 말씀대로 배치하니 비주얼도 잘 나오는데요, 역시 축구 감독 아무나 하는게 아니군요”

코가하루까: (무언가 발견 한듯이) “이것이 살치살입니까? 캬, 마블링이 예술인데요”

윤중: (옆눈으로 흘깃 보더니) “최고 귀한 부위야. 이거 나오기 진짜 힘들어, 그런데 이렇게 좋은 물건이 제대로 나온걸

         보니 우리 아일대장이 미리 가서 진짜 애를 많이 썼구만. 이거 소 한 마리에서 몇 근 안 나와. 육회로 그냥 먹어도

         특등급 별미지. 식객 만화에서 성찬이가 비장의 무기로 가지고 나오는 바로 그 부위야. 괜히 말했네 지금부터 통제,

         일인당 한 점씩만 먹도록”

구이맨: (안타까운듯) “윤중 형님, 그런 기밀을 누설하면 어떡해요. 제가 다 먹으려고 했는데. 쩝...”

 

#오케스트라의 앙상블

하루가제: “형님,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먹는 순서가 어떻게 되남요?”

윤중: “순서? 일타삼피야. 고기 위에 키조개, 키조개 위에 표고 얹어, 위치는 상관 없어. 한방에 넣는거야. 급하게 먹을 생각

         말구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천천히 소 여물 먹듯이 먹어, 먹다 보면 귓속에서 휘파람 소리날거야, 그 소리를 듣다보면

         무언가 또 와 닿는 것이 있을거야”

에이프릴: (무엇인지 이상하다는 듯) “양념도 안 찍고, 야채도 안 싸고요?”

윤중: (손사래를 치며) “기럼, 기러쿠 말구, 삼합은 말이야, 그 순수한 맛 자체를 탐구해야 되는거야. 정 싱거우면 맨

         간장이나 기름 소금에 살짝 찍어. 삼합 하나 하나가 오케스트라의 악기랑 같어. 우리의 혀와 이빨은 지휘자야,

         그 조화된 맛의 앙상불을 느껴야 돼. 야채는 따로 먹어야 되요, 왜냐하면, 같이 먹으면 말이야, 야채랑 양념 맛이

         자극적이어서 입맛을 지배해 버릴 수 있거든, 그러면 삼합이 죽어요, 참고로 생선회 먹을 때도 똑 같어, 야채랑

         따로 먹는게 좋아”

 

#거시기? 두말하믄 잔소리지

피노키오훈: (매우 주저하며, 조심스러운 말투로, 옆에서 누가 들을 새라 속삭이듯이) “저, 형님, 있잖아요”

윤중: “있어? 뭐가 있는데?”

피노키오훈: “아이 형님두 참, 그게... 뭐가 있다는게 아니라, 삼합이라는 것이 남자들 거시기에도 좋은가요?”

윤중: “거시기? 두말하믄 잔소리요, 세말하믄 개소리지. 거시기, 머시기, 만사형통(萬事亨通)이야. 무슨 그라인지 하는 거는

         저리 가라야, 쨉이 안돼

도도천사: (혀를 끌끌차며) “에휴, 지겨버. 남자들은 속물들이라, 그저 숟가락만 들면 허구 헌 날 거시기 생각이네요.

               (표정을 바꾸고, 봄바람 불듯이 화사하게 웃으며) 그런데 윤중 오웁빠, 그러면 이것이 여자들 피부에도 좋나요?”

윤중: “여자? 아 그러믄, 뎁따 좋지. 두말하믄 입 아프고, 세말하믄 골 아프지. 이것이 여자들 미용에도 왔다야, 그렇게

         좋을 수가 없거든. 이걸 먹은 다음날 자고 일어나 보면 알아, 까칠했던 피부가 백옥처럼 뽀야니 물오른 버들강아지

         모냥 촉촉하고, 살결이 비단결처럼 맨들맨들, 실크 브라우스처럼 살랑살랑,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지. 그런데

         말이야 총각들은 쪼매만 먹어. 많이 먹으면 클나, 뻗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거든, 그 힘을 어디 써먹을 데가 없잖아,”

(아! 마치 윤중님의 약장사같은 이 말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안광에서 이글거리는 탐욕의 광채를 발광하더니, 젓가락을

곧추세워 가지고서리 일제히 불판으로 덤벼든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아

코가하루까: “앗, 그런데 말하는 사이에 삼합이 언제 이렇게 없어졌지?”

드림팀: (니들은 말해라, 나는 먹겠다. 이 인간이 야비하게도, 남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에, 거의 혼자서 야금야금

             한판을 다 먹어치우더니만, ‘꺼억’하며 트림 한번 오지게 하더니, 포만감 가득한 더티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 이제 우리 먹자구요. 세상 일, 다 먹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구요. 먹는기 남는

             깁니다, 지 술잔들 앞에 놓고 제사지내는 겁니까? 우리 ‘위하여’ 한번 해야죠?”

다들: (불판을 보더니 어안이 벙벙한 듯, 허탈하다, 뭔가 당했다는 듯 황당하고 분개한 표정들을 참지 못하며)

         “먹어? 뭐, 먹을게 있시야지”, “이런 도그 라이크한 케이스가 있나?”, “아즉도 지구상에 저런 슝악한 인간을 다

         보겠네”, “에이~” (하며 툴툴거린다)

 

#서편(西便)소리와 남도문학(南道文學)의 고향

우리 문단의 큰 별이신 이청준선생과 한승원선생의 고향이자 문학적 산실이 바로 장흥이고, 소설 ‘서편제’와 ‘청학동

나그네’와 ‘축제’와 ‘눈길’ 등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마치 지금도 영화 서편제(西便制)에서, 동호가 북을 치고, 송화가

“아이구 아부지이~ 왜 아즉도 눈을 못 뜨셨소~...” 하며 그 애닯고 한 맺힌 목소리로 피를 토하듯 심청가 한 자락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이청준선생께서 별세하기 전 그렇게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장흥에 한번 가야제, 한번 가봐야

허는디”하시던 ‘당신의 고향’, ‘어머니의 바다’가 바로 장흥입니다

 

#새로운 세상의 꿈

장흥에 뜻 깊은 역사가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동학(東學)! 외세의 침략과 압제수탈(壓制收奪)에 맞서

분연(奮然)히 일어난 농민군(農民軍)! 우금치 전투 이후 새로이 결집된 수만 명의 농민군 부대가 강진과 장흥부를

함락시키고, 그 기세를 몰아 진격하던 차에 신식무기를 앞세운 원수 왜적 놈들과 드디어 장흥벌에서 건곤일척(乾坤一擲),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되는데, 시체는 산을 이루고 흘린 피는 내를 이루어, 탐진강과 득량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시산혈해(屍山血海)의 마지막 결사항쟁(決死抗爭)을 벌인 곳입니다

 

#의기춘추(義氣春秋)

전쟁(戰爭)의 봉화(烽火)가 연달아 피어 오르고, 농민군의 죽창(竹槍)과 함성(喊聲)이 들불처럼 타오르던 민족운동의

화약고 장흥. 이 처연한 남도의 벌판에서 그들이 쓰러지며 마지막으로 보았던 조국의 하늘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 그 아름다운 저항(抵抗)의 역사가, 대죽처럼 푸르른 님들의 기개(氣槪)가, 그 붉디붉은 의혈(義血)의 정신이,

청사(靑史)에 길이 빛나 후세의 우리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의기춘추(義氣春秋)하리라!!

 

#중강진(中江鎭)에서 정남진(正南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 중강진(中江鎭)에서, 같은 경도 상으로 직선을 그으면 광화문과 만나게 되고, 이 선을 계속

그어 내려가면, 남해안 쪽빛 물결이 춤추는 장흥의 사금마을, 정남진(正南鎭)에 닿게 됩니다. 산은 높고, 바다는

살아숨쉬는 드넓은 갯벌을 품어, 제 고장에서 나는 특산물만으로 산과 바다의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차릴 수 있는 복받은

고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평야는 넓고 물산이 풍부하여 인재가 차고 넘칩니다. 언제고 중강진에서 광화문을 거쳐

정남진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정남진 앞에 사등섬이 있는데 썰물 때마다 물이 빠져 걸어갈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 사등섬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종이를 걸고 방을 붙여 소원을 빌었습니다

 

#걱정을 마시라

도도천사님은 ‘남친이 생기게 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해서 제 조카를 연결해 주고 싶은데, 그런데 문제는 이놈이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중딩이란 말이야 -_-; 우리 어여쁜 도도천사님은 올해 졸업반이 되는 꿈많은 여대생이랍니다

(젊음이 부럽죠? 우리에게도 왕년에 저런 다이아몬드같은 꿈의 계절이 있었던가?...) 저랑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요즘

세월이 하 수상한지라 취직걱정, 진로걱정, 이른바 ‘88만원 세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합디다. 도도천사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취직이건 남친이건 된다고 생각하고, 된다고 행동하면 어찌어찌 다 됩니다. 세상 일은 그런 겁니다.

걱정은 걱정을 낳고, 한도 끝도 없고... 걱정을 마시라, 긍정의 힘을 믿으시라... 그럼요, 됩니다, 되고 말고요!

또 어떤 분은 ‘변비탈출’ 이건 너무 적나라해... (매생이 같은 거 많이 드시면 되지 않을까?)

 

#100회 생신 초대장을 예약하다

윤중님은 ‘9988234’라고 적으셨는데, 이것이 무슨 말인고 하니,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만 앓다가 4:돌아

가신다는 뜻이랍니다. 이것을 보고 제가 참견을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저: “윤중 성님, 성님이 크게 실수 하셨네요. 저에게 너무 서운하게 하시는데요”

윤중: “내가 실수를 해? 자네를 서운하게 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저: “성님, 성님 100회 생신때 저를 초대하지 않을겁니까? 저는 성님이 상수(上壽)잔치에 초대를 해주시면 꼭 가려구

       했는데, 이렇게 되면 갈 수가 없잖아요, 누구한테 초대를 받습니까?”

윤중: “으음 그렇구만. 내가 미처 그 생각을 못했어. 9988234는 취소, 아니 즉각 용도 폐기! 내 100회 생일 때 자네를 꼭

          불러야 쓰것네”

저: “고맙습니다, 성님. 100회 생신때 초대장 받기로 미리 예약한겁니다. 그때 상다리 부러져야죠, 장흥삼합도 꼭 나와야

       됩니다~♬”

(대인대의大仁大義 하신 우리 윤중 성님, 앞으로도 10만년은 우리 후학들 좀 챙겨 주셔야죠~)

이리하여 제가 최초로 예약을 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얼능 얼능 예약하세요 ^^

 

#다섯가지 기행(紀行)

우리야 당연히 맛난 것을 먹으러 천리 밖으로 출동하였으니 미각기행(味覺紀行)이요, 꼭두새벽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

서먹하고 어색하였지만, 그 하루 인연에 정이 들어 헤어질 때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였으니

인간기행(人間紀行)이요, 우리나라 땅 훈훈한 정이 넘치는 남쪽 머나먼 곳을 여행하였으니 남도기행(南道紀行)이요,

향토사학자 분의 세심한 강의로 장흥의 유서깊은 역사를 들어 알게 되었으니 역사기행(歷史紀行)이요, 또 하늘에 순응하고

땅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의 현장을 공부하였으니 생명기행(生命紀行)이라, 일거오득(一擧五得), 일석오조(一石五鳥),

일타오피(一打五皮)!

하늘아래 이보다 더 좋은 정모가 어디 있으리. 우리는 그저 숟가락만 들었고, 무지하게 쌩짜배기로 고생하며 발품과

손품을 팔아 밥상을 차려 놓으신 아일님께 무한한 경의! 그리고 도우미 구이맨님과 피노키오훈님께 다시 감사...

 

#아! 아일님...

(이윽고 아일님이 무대에 오르자, 먹구름 지나간 하늘에 보름달이 휘영청 비추이듯 무대가 순식간에 환해진다.

월궁항아(月宮姮娥)처럼 고운 자태(姿態)가 드러나자 사람들이 동요하며 술렁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그 순간을 놓칠새라

미식가천국의 특파원 -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 혼자서 미친 척 자가발전自家發電을 하는 - 드림팀이라고 하는

개 웃기는 인간이 현장 르뽀를 한답시고 가랑이에 방울 소리나게 사람들 사이를 여기저기 돌아 댕기는디....)

 

어떤 촌로 1: “에헴, 그랑께로 시방 저렇코롬 달덩이 같은 처자가 미식가천국인가 용궁인가 하는디의 대가리인 모양인디,

                    자네들 저 처자가 허시는 말씀 잘 알아 묵었능가?”

어떤 촌로 2: “성님, 아따 우리는 한번 들으믄 척하니 알아 불제, 뭐 맛난 걸 먹으러 여그 저그 개구리 모냥으로 천방지축

                    쌔가 빠지게 뛰 댕기긴다 안 합디요, 참말로 팔자 좋은 한량들이시. 서울에서 여그까정 유람 온 걸 보믄

                    모르것소?”

어떤 촌로 1: “에고 이 개뼉따귀 같은 화상아, 존밥 쳐 묵고 무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냐. 여저껏 저 처자

                    허는 말씀 못 들었냐? ‘음식 소비자 연대’라 하자녀. 그랑께로 정직하구 올바른 먹거리를 찾아 낼라구 조선

                    팔도를 이 잡듯이 뒤지구, 그러케해서 제대로 된 음식 재료를 인터네신가 뭔가 하는데 올려서, 거 머시냐,

                    네티즌인가에 알리구, 또 거기에 우리 장흥이 나올거라구 한다는디 야, 이 무식한 노마. 쥐 죽은듯이 아가리

                    닥치고 있으믄 중간은 하능겨”

어떤 촌로 3: “오매, 성님 참 아능거 많아서 먹고 잡은거또 많것슈 잉, 그랑께로 저 양반들이 우리같은 농사꾼을 멕여 살린다

                    이거지라, 진짜 복덩이 같은 양반들이시. 그란디 장흥이 떠유? 참으로 장한일하는 사람들인 갑네, 

                    인터네신가에 올리면 사람들이 그걸 보구 우리같은 유기농, 친환경 동네 생각 좀 해 줄거시다, 성님 지말

                    맞지라 잉”

어떤 촌로 1: “자네 시방 어디 마실 나갔다 왔능가? 자다가 봉창 뚜드리능가? 이녁도 남들을 때 같이 좀 들으소. 저 양반

                    들이 시방 친환경, 무공해 먹거리 땜시 서울서 여그까정 왔다 하잔응가? 점심에는 적토미에 매생이

                    쌈밥먹었구, 이따 저녁엔 장흥삼합 잡수신다고 하능거 못 들었능가. 인자 두고 보소, 장흥삼합이 곧 전국구

                    음식이 될 것이요, 우리 장흥이 전국 최고의 먹거리 장터가 될 것 잉께로”

어떤 촌로 3: “장흥삼합.... 으음 그거 묵고 나믄 두고 두고 장흥 생각이 좀 나것지라, 와따메 좋은 일이시....”

 

#잊을 수는 없을거야

(장흥삼합 이야기가 나오자 그 주위의 사람들이 뭔가를 읊조린다. 그러더니 그것이 노래가 되어 맴돌다가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자, 우리 이 겁나게 좋은 노래 한번 들어 볼까요?)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장흥삼합 드신 분이면,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거야, 서울가면 먹고파 지겠지,

정남진을 생각하며는, 그날 온 그모임을 생각하면서, 지난 날을 기억할거야, 산을 넘고 멀리멀리 찾아 왔었지, 장흥한우

그 맛을 잊지 못하지,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매생이를 드신 분이면,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거야...

이즐쑤는 어읍슬꺼야아~ ♬...”

 

#호랭이와 봉황

촌로 아무개 1: “최가야, 그란디 저 아일인가 하는 젊디 젊은 처자가 똑소리나고, 연설도 잘 혀고, 춘향이 뺨치게 이뻐불고,

                       몸매도 냇가의 버들가지 마냥 하늘하늘하고, 목소리도 낭창낭창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디, 우리 셋째

                        며늘아기 삼으면 딱 쓰것구만”

촌로 아무개 2: “박가야, 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리 좀 작작 혀라. 니가 나한테 탁배기 한 사발 갈아줘 봤냐? 니같은 화상이

                       무슨 복이 있다구 저런 선녀 같은 며늘아길 얻어? 우리 둘째같은 인물이나 되믄 모를까”

촌로 아무개 1: “야, 이 말뼉따귀 최가야, 니 둘째가 워리 새끼면 내 셋째는 호랭이랑께. 자고로 호랭이는 저런 봉황같은

                       마누랄 얻어야 하는 벱이여, 암 그러코 말고...”

촌로 아무개 2: “와따메, 이 호랭이 물어갈 박가야, 니노미 시방 겁대가리를 상실해 부러꾸만. 뭐 워리 새끼? 니 셋째가

                        지렁이라면 우리 둘째는 여의주 움켜쥐고 구름타고 노니는 용이다 이누마. 요새 봉께로, 니 셋째가

                        해남댁 막내 가시나하고 정분이 난 모냥인디, 그거나 꽉 부뜰고 잘혀 봐. 썩을 놈, 어디 넘볼 걸 넘 봐야제”

촌로 아무개 3: “아따, 이 징헌 양반들 겁나게 시끄럽구만, 시방 바람 부는 날 밀가루 팔러 나왔능가? 비오는 날 소금 팔러

                       댕기능가? 자네들 맹키로 허벌나게 떠들어 봤자 할 일읎이 입술만 부르트고 개발바닥에 땀만 나능기여,

                       개짖는 소리, 닭우는 소리 그만들허고, 어여 어여 아일 낭자 저 꾀꼬리 같은 목소리 좀 들어 보랑께”

 

#11만 대군의 지도자동지

그날 토요장터 노래자랑대회에서 중인환시(衆人環視)리에 등장한 아일님은, 11만 대군을 거느린 우리 미식가천국의

수장(首長)답게 너무도 당찬 모습, 가공가경(可恐可驚)할 만한 입심과 천부적인 재치와 현하웅변(懸河雄辯)으로, 마치

예수님이 산상에서 설교하듯, 세존께서 광야에서 설법하듯, 구름같은 인파가 운집한 좌중을 압도하며 일장연설(一場演說)

로써 우리 까페의 이념을 널리 설파하였습니다. 그 스마트한 파워, 소프트한 카리스마, 깊고 깊은 심연(深淵)처럼 그윽하게

빛나는 혜안(慧眼)! 아, 우리 모임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 단체를 영도하는 지도자동지(指導者同志)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아흐, 하늘이 우리 미식가천국을 위하여 아일님을 세상에 내 보내었구나!

 

#아일님~ 못 다 부른 노래

다만 한 가지 옥의 티로 아쉬운 것은, 아일대장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노마크 찬스로

도래(到來)하였건만, 우리가 좀 더 쎄게 밀어 붙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습니다. 하지만 뭐 이날만 날입니까?

담엔 꼭 부른다 약조하였으니, 우리 자알 기억해 두었다가 이차 정모를 기대해 봅시다 (아일님....! 다 좋은데, 아일님

훌륭한 거야 세상이 다 아는데, 이제 출.석.같은거 그만 부르고 노.래.부르시오. 노래 공부 좀 하시오.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능게, 그게 말이 됩니까? 그게 시방 자랑이 됩니까? 이거야 원, 증말 우껴부러)

 

#개도 웃을 일

제가 워낙 쌩 날라리인데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훼까닥 하는 인간이고, 우왕좌왕과 좌충우돌과 안면몰수가

생활신조이고, 대충대충과 얼렁뚱땅과 어영부영을 생활방침으로 삼고 있는 도무지 대책이 안서는 허당부르스같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작자입니다. 더구나 글 쓰는 것 하고는 천만리나 떨어져 있는 헬렐레하고 몰상식한 인종인지라,

저같이 무대뽀로 단순무식(單純無識)하고 우끼고 자빠진 ‘허접계(虛接界)의 권위자(權威者)’가 후기를 쓴다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단돈 4만원, 그 차비도 안 되는 값으로 고대미로 지은 밥과 메산이 쌈 정식, 장흥삼합 코스를 황홀하게 섭렵하고,

무공해 배와 배즙에, 유기농 딸기에, 헛개나무 차에, 인절미에, 약단밤에, 적토미 떡에, 국화빵까지... 허리띠 풀러 놓고

자알 얻어먹고 나니, 이날 우리 땜시 하루 종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군청 농정과 분들과 이장님, 영농후계자님,

송전산방 주인장님 등등, 서로 다투어 뭐 하나 더 챙겨 줄 것이 없나 베풀어 주신 분들의 인정이 목이 메이게 고맙고,

막상 장흥 땅을 떠나려 하니, 아! 그놈의 정(情) 때문에, 천근만근 발길 떨어지지 않는 막막한 가슴 한편이 눈물겹도록

짜아해오고,

 

#그래서 후기를 써야 된다고

게다가 아일님께서 우리가 후기를 남기는 것이, 장흥군민들이 베풀어 준 정성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장흥의

경제를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이 된다고, 그렇게 대접을 잘 받았으면 사람이 염치가 좀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후기

안 쓴 사람은 얼굴에 철판 깐 걸로 알고 있겠노라고, 앞으로 나를 다시 보지 않을 거냐고, 여자가 한번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그러므로 이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다 의무적으로 무조건 후기를 써서 올려야 한다고, 하도

간곡하게 수없이 부탁, 요청, 회유, 협박과 공갈(?), 애원,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전 그냥 면피차원에서

저는 애초에 ‘다른 사람이 올린 후기를 클릭하여 보고 감탄하는 것으로서 우리 까페에 힘을 실어주고 정신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다했다, 내 할 바를 다했다’ 라고 땜빵할 작정이었는데, 야, 이거 대충 이렇게 도매금으로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갔다가는 - 후기를 안 올렸다가는 - 앞으로 21세기가 저물도록 두고 두고 아일님에게 찍힐 것 같아서,

피박 쓸 것 같아서, 저는 그냥 순전히 면피차원(免皮次元)에서 졸렬무쌍(拙劣無雙), 허접무비(虛接無比)한 글로 여러분의

안계(眼界)를 심히 어지럽혔습니다

 

#용장 밑에 약졸 없으니

아즉도 후기 안 쓰고 버티시는 양반들. 자수하여 빨리 후기 올립시다. 심지어(甚至於) 저 같은 사람도 쓰지 않았습니까?

아일대장님이 우리에게 기울인 노고와 정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쥐면 꺼질듯, 바람 불면 날아갈듯, 가냘프고 여린

아녀자의 몸으로,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발톱이 빠지도록, 종아리가 팅팅 붓도록, 장흥 땅 천리 길을 마치 아파트 옆동

마실 드나들 듯 와따리 가따리 사전답사하며, 여기저기 백방으로 흘렸을 땀방울과 마음 고생을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 호부(虎父) 아래 견자(犬子)없고, 봉모(鳳母) 품에 작녀(雀女)없듯이, 아일대장 같은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수준높고 막강한, 그 이름도 자랑스런 아일부대, 아일부대 용사들입니다.

이 얼마나 명예스러운 일입니까?

 

#이 일을 어이하리?

(그런데 미식가천국 땜시 큰일 나부렀습니다. 음식은 맛있고, 사람은 반갑고, 만나니 즐겁고, 그런데 그 정情은 끝이

없으니... 이 일을 어이하리? 어.이.하.리.오?...)

아! 가장 길었던, 가장 맛있었던, 가장 재미있었던, 가장 흐뭇했던, 그리하여 가장 뜻 깊었던 그 어느날 하루가,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어느 봄날 꿈결처럼 흘렀습니다. 이날 모이신 분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 우리 다음 정모 때 다시 만.납.시.다.!

 

기축년! 늘 당당하시고, 건강하시고...

출처 : 미식가천국
글쓴이 : 드림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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