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이야기

뇌졸증

윤 중 2009. 2. 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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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른 사망원인 2위인 병, 급작스러운 발병과 마비 등의 후유증을 초래하는 병, 재발도 잘되는 병. 바로 중년 이후 급증하는 뇌혈관 질환(뇌졸중)의 정체다. 뇌졸중은 후유증 때문에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고통을 준다. 다행히 뇌졸중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관리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서우근 교수가 뇌졸중의 진단도구인 초음파로 경동맥 협착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뇌경색 환자 늘고 뇌출혈 환자 줄어=뇌졸중에는 혈관의 압력이 갑자기 급증해 터지면서 발생하는 뇌출혈,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이 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오경미 교수는 “과거에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환자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노인 인구 급증과 고지방 서구식, 스트레스·흡연·과로·과음·운동부족 등이 겹치면서 뇌경색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하던 뇌졸중이 30~40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이유도 스트레스와 서구화된 식생활 탓이다.

증상은 뇌출혈이 어느 날 갑자기 의식불명 등으로 나타난다. 반면 뇌경색은 경고 증상이 있는 경우도 10~20%인데 뇌혈관이 혈전(핏덩어리)으로 완전히 막히기 전에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풀리는 현상 때문이다. 경고 증상은 찻잔을 잡으려다 떨어뜨리거나 단추 채우기가 힘들어지는 경우, 혀가 말려 어눌해질 때 등인데 몇 십 초에서 몇 분간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 신속히 검사를 받고 치료하면 뇌졸중을 경험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무시하다간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신속한 대책이 치료 핵심=사무실에서 갑자기 말을 못 하고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돼 곧장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Y씨(43). 응급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후 왼쪽 중뇌동맥이 막힌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곧바로 혈전용해제를 주사해 막힌 혈관을 뚫었고 현재는 발병 전 상태로 호전됐다.

Y씨처럼 뇌경색이 발병한 경우에도 3시간 이내에 치료를 끝내면 뇌경색은 후유증 없이 호전될 수 있다. 반면 이런저런 치료를 받느라 시간이 지체되면 치료 후에도 장애가 남기 쉽다. 오교수는 “뇌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2~3분 만에도 뇌세포가 영구 손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일부가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땐 주변 혈관의 도움을 받아 3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다”며 “한쪽 얼굴과 팔다리가 마비될 때, 감각 이상(남의 살처럼 느껴짐), 말이 어눌하게 되는 경우, 한쪽 눈이 안 보일 때, 어지러워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 의식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땐 지체 없이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뇌출혈 중 뇌동맥류 파열은 경우에 따라선 3분의 1은 즉사, 3분의 1은 이송 중이나 입원 후 사망, 나머지 3분의 1은 수술적 치료를 받을 정도로 위험하다.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권택현 교수는 “파열된 뇌동맥류는 재출혈 가능성이 높고 방치하면 6개월 이내 절반이 재출혈을 경험하고 이 중 절반은 사망한다”며 수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이보다는 치료효과가 좋은 데 큰 출혈일 땐 수술로 핏덩어리를 제거해야 하나 양이 적을 땐 뇌압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보존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뇌졸중은 평생 관리해야=뇌졸중은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급증한다. 예컨대 뇌졸중 발생 위험이 흡연자 3배, 비만 3배라면 뚱뚱한 흡연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정상인의 9배다. 따라서 뇌졸중은 ‘평생’동안 흡연·고혈압·당뇨병·비만·고지혈증·심장병·과음· 운동부족 등의 위험인자를 없애는 관리를 해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치료가 고혈압 관리인데 약물 치료는 물론 혈압을 높이는 스트레스 상황, 분노 폭발, 복압 올리는 운동(역기 등) 등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