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되면 무기력하고 쉽게 피로하며 식사 후 졸음이 쏟아져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이 수시로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는다.
얼마 전 한 30대 부인이 우리 한의원에 들려 매년 2월에서 4월 사이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력감과 식곤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치료법을 문의했다. 이 부인은 매년 이 시기면 양방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병명을 발견하지 못해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특히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 같은 증세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며 1월이 되면 바짝 긴장한다는 것이었다.
진맥을 해 보니 한의학적으로 간혈허(肝血虛) 증상만 있지, 특이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얽힌 음식이야기와 치료효과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계절 중 가을철에 우리 몸은 식욕이 왕성해져 많은 양의 음식물을 섭취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적게 먹고 곰이 동면을 하듯 긴 휴식을 취한다. 이어 봄이 되면 기지개를 켜고 곰이 깨어나듯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은 활기찬 성장을 시작한다.
이러한 자연주기에 맞추어 우리에게도 소중한 풍속이 자리 잡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동짓날에 팥죽 먹기와 정월대보름에 9가지 나물먹기 등이다.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온 동네가 나누어 먹는 이 풍습은 옛부터 팥은 악귀를 쫓는다고 해 빼놓지 않고 실시해 왔다.
팥은 한약명으로 적소두(赤小豆)라하고, 소장(小腸)으로 귀경되는 하향성의 약물로 복부 창만(脹滿)과 청열해독(淸熱解毒) 효능을 갖고 있어 창양종독(瘡瘍腫毒) 증세에 쓰이기도 한다. 즉 약하게 설사를 시키는 작용이 있다. 이 팥을 동지때 섭취하게 되면 겨울을 맞기전에 그동안 몸에 쌓인 독소를 깨끗하게 배출해 내는데 일조한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봄이 다시 찾아오면 우리 몸에 있는 장기 중 간기능이 왕성해져 이때 우리 몸은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에는 많은 종류의 나물을 먹도록 대보름 음식이 정해져 있다.
음양오행상 간은 계절에 비유할 때 봄철에 해당된다. 동양학에서 9라는 숫자는 '많다'는 의미를 뜻한다. 그래서 이때에는 다양한 많은 나물을 먹어 왕성한 기능을 하는 간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의미로 대보름에 각종 나물먹기와 귀밝기 견과류 깨물기 등의 풍속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이 환자에게는 간을 보하는 약물처방과 함께 취나물, 호박꼬지, 무말랭이,시래기무침, 돌미나리, 양배추, 백합, 마늘종, 달래 등 여러가지 나물을 섭취 하도록 권장했다.
식곤증은 위장이 허약할때에도 발생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몸도 먹고 소화시키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인정하는 것 같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으면 음식을 소화 흡수하도록 위장운동을 활발히 한다.
위장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위장에 많은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 이 경우 위장기능이 약해 잘 움직이지 않으면 더 많은 혈액을 위장으로 보내게 된다. 이때 우리의 사지나 뇌에는 일시적으로 혈액공급이 줄어 온 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오게 된다.
따라서 식곤증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시에 식사를 하고, 위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소량 식사를 하며,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잘 씹어서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도연한의원 이상건 원장(한의학 박사)
문의 (02)534-8270~8271, 011-469-3545
[☞ 웹신문 보러가기] [☞ 스포츠조선 구독]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